오스트레일리아
오스트레일리아
지난 목요일 밤에는 아내와 함께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일을 마치고 없어서 밤늦게 영화관을 찾았는데, 남은 시간에 맞추어 선택을 하려니 다른 여지가 없이 오스레일리아라는 영화 상영 시간이 맞아서 그것을 보게 되었다. 166분이나 되는 꾀 긴 영화였는데, 나름대로 박진감이 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영화에 빠져 들었다. 어느덧 영화가 끝나자 아내는 상기된 얼굴로 “벌써 끝나는 거야! 시간 가는 줄 몰랐네”라고 말했다. 그만큼 영화가 감동도 있었고 재미도 있었다.
그 영화는 2차대전 말기를 배경으로 호주의 광활한 대지에서 소를 키우는 한 목축업자의 아내와 소를 모는 “소몰이꾼”과의 사랑 이야기이다.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호주의 빼어난 원시 자연경관과 원주민의 애환, 그리고 전쟁이 배경을 이룬다.
어쩌면 영화 줄거리는 통속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 복잡하지도 않아 단순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단순한 스토리에 인간사회의 몇 가지 중요한 주제들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사랑, 신뢰, 용기, 대자연의 순수함과 그 경외감이다. 물론 정 반대의 주제도 등장한다. 자신의 출신에 대한 수치감, 그로 인한 증오, 탐욕, 폭력, 거짓과 술수, 살인, 편견과 차별, 모든 것을 일시에 파괴해 버리는 전쟁, 그리고 위선 등등....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오히려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사랑의 주제를 더욱 돋보이게 할 뿐이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무책임한 목장 지배인인 한 백인과 원주민 사이에 태어난 혼혈 아이의 내레이션으로 전개되는데, 영화가 끝날 무렵 그 아이의 음성으로 들려지는 내레이션이 자꾸만 귀에 맴 돌았다. 그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이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이 이야기가 우리를 하나로 묶어 주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렇다. 우리가 서로 나누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우리가 그렇게 나누는 살아가는 이야기는 단순한 재미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인간사회의 이야기 속에는 인생의 애환과 함께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소망을 담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부조리함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실존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려는 소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성탄절이 다가오고 있다. 매년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그 이야기가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기 때문이다. 그 거룩한 이야기 속에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사랑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 속에 우리의 미래와 소망이 담겨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성탄의 이야기는 항상 새롭기도 하고, 즐겁고 감격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