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서
<090426인생상담> After-U campaign 배려가 있는 사회 아름다운 세상
골목에서
우리나라에는 오래된 동네가 많다. 그러한 동네마다 골목길도 많다. 그 골목들은 대부분 좁다. 차 한대 지나가기가 쉽지 않은 골목이 많다. 그래서 어쩌다가 차가 서로 마주치면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다. 그럴 때 종종 난감한 일을 경험한다.
주차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 이미 여러 번 불행한 일들이 발생했다. 주차문제로 다투다가 심지어는 상대를 상해하는 일까지 일어나곤 했던 것이다.
골목 주택에서 위급한 일이 일어날 때면 더욱 야단법석이 된다. 차를 빼달라는 방송을 아무리 해도 다급한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늑장을 부리며 나온다. 그리고는 매우 불쾌하다는 듯이 느릿느릿 차를 빼곤 한다. 그럴 때면 억장이 무너진다.
인천에서 살 때의 일이다. 저녁 늦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데, 거의 다 와서 항상 지나가는 골목길이 있었다. 골목에 막 들어서서 중간쯤에 이르는 순간 맞은편에서도 차가 막 들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당황스러워서 머뭇거렸다. 틀림없이 중간에서 서로 맞닥뜨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순간 상대 차가 쏜살같이 속도를 내더니 내 앞에 딱 버티고 섰다. 그의 태도는 자신이 먼저 왔으니 어서 뒤로 빼라는 것이다. 이치로 따지면 내 차가 더 많이 들어섰기 때문에 막 골목길에 들어서려는 그 차가 나를 보았다면 뒤로 물러서 주어야 하는 것이 맞는 일이었다. 어이도 없고, 그렇게 마주 서서 시간도 보낼 수 없어서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 때의 일이 더 가관이다. 내가 뒤로 물러날수록 막 밀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거기서 그의 마음이 그대로 보였다.
이런 경우도 본다. 노란색의 유치원 버스가 골목에 서서 아이들을 내려주고 있을 때였다. 어떤 차가 들어서더니 골목길을 막았다고 화를 내면서 경적을 있는 대로 울려대는 것이었다. 그는 분명히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들을 내려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그렇다면 기다려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무리 골목길을 막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경우는 배려해 주어야 할 경우이다. 더군다나 어린 아이들이 놀라게 해서는 안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공통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바로 상대를 배려해 주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때로는 자신의 이익까지도 포기하면서 상대를 배려해주는 성숙한 마음이 필요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