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내안의 위대한 나
내 안의 위대한 나
로버트 맥기 지음/홍종락 옮김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물어왔다. 이러한 질문을 하는 것은 철학자들만은 아니다. 내가 누구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바랄 수 있는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등등의 질문은 구체적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누구나 하는 질문일 것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인간과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와 관련이 있다. 즉, 세계관이다.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자기 자신에 대한 관점도 달라진다.
그리스도인에게도 세계관은 중요하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를 주님으로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또한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며, 신앙생활의 가장 완전한 안내서로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삶 속에서나 자기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성경 속에서 답을 찾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즉, 성경의 가르침을 세상에서 가장 큰 가치로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삶 속에서 위기를 만나 상담실을 찾아오는 그리스도인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신앙과 삶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보는 관점과 대처가 서로 다른 것이다. 성경말씀에서 문제의 해답을 찾기 보다는 문제 자체에 얽매여 있는 것이다.
“내 안의 위대한 나”의 저자인 로버트 맥기는 서론에서 수많은 상담경험을 가지고 이렇게 말한다. “불행히도 많은 사람들은 말로만 성경의 진리를 믿는다고 고백할 뿐, 실제로 성경 말씀대로 살면서 삶 자체를 바꾸기를 꺼려한다.”
이러한 점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담자나 교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치유로 안내하는 상담자나 치유자도 종종 빠져드는 문제이다. 그것은 어떻게 성경의 진리를 삶 속에서 만나는 구체적인 문제들에 적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맥민과 채규만은 “심리학, 신학, 영성이 하나된 기독교 상담”(2001, 두란노서원)이라는 책에서 “문제는 ‘우리가 심리학과 신학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아니고, 상담과정에서 기독교 믿음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기느냐‘에 있다.”(p.46)고 말하고 있다.
요즘 교회 현장에는 치유와 회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 이와 관련된 책도 많이 나오고 있다. 사람들이 스스로 읽으면서 자신들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해가도록 돕는, 소위 Self-help book도 많이 나와 있다. 로버트 맥기의 “내 안의 위대한 나”도 그러한 책들 중의 하나에 속한다.
로버트 맥기는 총 4부 13장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의 목적을 “사람들에게 자기 가치에 대한 명확하고도 성경적인 가르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서 삶의 목적과 자신이 겪는 문제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기본적인 욕구가 있고, 이것이 성장과정에서 건강하게 충족되지 않으면 자기 가치에 대해서 확신을 갖지 못하게 되고, 자연히 이에 대한 확신을 구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자기 가치를 자신의 행위와 이에 대한 평판에 기초할 때 사람들은 마치 수렁에 빠지듯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맥기는 이것을 사탄의 속임수로 단호하게 간주한다. 즉, 사탄이 거짓된 신념을 심어주었기 때문에 이러한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모르게 되면 사람들은 당연히 잘못된 성공을 추구하게 되고, 타인들의 평판에 초점을 맞추게 되어 결과적으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에서 살게 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온갖 심리정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행동적인 문제까지도 일으키게 된다.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상담심리학적 이론 배경이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인지상담이론이다. 일반적인 인지상담이론은 선행경험에 의해 어떤 신념이나 생각이 만들어지며, 이러한 것들이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보고, 불합리한 신념이나 생각을 바꿈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이론이다. 물론 기독교적 인지상담이론은 철저하게 그 해결방법의 원리를 성경에서 찾으려고 한다.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라는 성경말씀대로 잘못된 신념이나 생각은 바꾸어야 한다. 특히 우리의 가치는 나의 행위나 그에 대한 타인의 평판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맥기는 이를 위해 매우 기본적인 구원에 관한 성경적 원리들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죄와 칭의와 용서에 대한 가르침이다. 죄에 대한 가르침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그에 따르는 자신과 남을 처벌하고자 하는 지독한 죄책감의 원인을 깨닫게 해준다. 칭의의 가르침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서 벗어나 내가 누구인가 대해서 새롭게 깨닫게 해준다. 용서는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변화시켜 준다. 성경의 가르침은 결과적으로 사탄이 심어준 거짓된 신념으로부터 발생된 잘못된 생각과 감정과 행동으로부터 자유할 수 있는 자신에 대한 바른 가치를 발견하여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치유의 과정으로써 내면여행을 제안하고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그 상황에 의해 만들어진 거짓믿음들과 파괴적인 생각들과 행동들을 포착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고백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왜곡된 것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진정한 자유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성경의 가르침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자신이 겪는 문제에 솔직하게 적용하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일반심리학적 원리를 더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원인과 그 결과로 보려는 환원주의적 결정론은 위험할 수 있다. 최근의 유행처럼 번지는 내적치유나 상담의 위험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영적 환원주의는 지나치게 문제를 개인적 원인으로만 보게 하거나 반대로 환경이나 가족의 원인으로만 보게 하는 극단으로 치닫게 한다. 이러한 관점은 자신을 지나치게 무가치한 존재로 보는 자기 비하에 빠지게 하거나 환경이나 남을 탓하는 피해자 의식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삶 속에서 일어나는 좋고 나쁜 사건들을 어떻게 보는가를 귀인양식이라고 한다. 자기 자신 안에 있다고 보는 것을 내적 귀인이라고 하고 밖에 있다고 보는 것을 외적 귀인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 양극단에서 벗어나서 두 가지를 다 포함하는 통합적 태도가 필요하다.
치유는 단순히 어떤 고통스러운 감정이나 기억을 없애는 것에 있지 않다. 진정한 치유는 구원의 확신 속에서 자신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예수 그리스도에까지 성장해 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의 가르침을 항상 기억하면서 그에 순종해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맥기의 책은 내면의 치유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성경적인 원리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책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스스로 책을 읽고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은 위한 안내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영적 훈련에 관한 내용들이 강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상담치유는 순간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노용찬 목사
서울신학대학교(B.A., M.A.), 연세대학교연합신학대학원(Th.M., Th.D.cand.), 신촌교회협동목사, 서울신대강사, 연세상담실 전문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