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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10대'…초등학생 공부방에 원정간 이유

행복한세상을만드는사람들 2010. 7. 3. 09:58

'무서운 10대'…초등학생 공부방에 원정간 이유

용강중 학생들 형편 어려운 동생들 찾아가 학업 도와 눈길


"계산이 틀렸잖아. 같이 다시한번 풀어보자."



매주 토요일 서울 용산구 이촌2동 공부방에서는 아이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색 풍경이 펼쳐진다.

근처
에 있는 용강중학교 학생 23명이 이곳 공부방까지 찾아와 형편이 어려운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

용강중 학생들이 공부방에서 토요 봉사활동을 펼친 것은 지난 5월부터. 방과후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중 "배운 것을 가치있게 써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자연스레 공부방과 인연이 닿았다.

공부방 아이들과 각자 한 명씩 멘토링을 맺은 학생들은 부족한 영어나 수학을 가르쳐주고 때로는 선배로서 진지한 상담과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인권 변호사가 꿈이라는 남수진(16)양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책임감이 무엇인지 느꼈다고 말했다.

"공부방 친구들은 같은 또래 중에서도 배우는 기회가 별로 없거든요. 학원을 못다니니까 더 열심히 가르쳐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책임감을 느껴요" 남 양은 "처음에는 낯설어서 힘들었지만 계속 가르치다보니 보람차다"며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면서 해맑게 웃었다.

배우기만 하다 가르치는 입장에 서보니 '역지사지'로 선생님의 심정도 이해하게 됐다.

"1대1 과외도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 많은데 서른명이 넘는 우리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게 됐어요. 선생님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아요."

비록 나이 차이는 얼마 나지 않지만 동생들을 다루는 솜씨도 제법 능숙해졌다.

"숙제를 안하다가 사탕이나 조그마한 선물을 주면 다음시간에는 꼭 해와요. 모르는 것은 공책에다 따로 적어주고, 맛있는 것으로 설득하고,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어요."

'무서운 10대'라는 제목으로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청소년들. 치열한 입시 경쟁과 삭막해져가는 학교 문화는 때때로 그들을 벼랑끝으로 몰기도 한다.

하지만 "봉사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는 용강중학교 학생들의 얘기는 '대한민국 10대에겐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울림으로 퍼진다.

"저 자신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그 친구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느껴요.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계속 아이들의 멘토가 되고 싶다는 23명의 '어린' 선생님들. '나눔'을 통해 경험하기 힘든 인생의 가치를 배우고 있는 이들의 등뒤에서 희망처럼 햇살이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