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찬 글모음/성결신문

너희도 거룩하라(성결)

행복한세상을만드는사람들 2010. 11. 4. 18:23

너희도 거룩하라


  “여보세요? 혹시 노용찬 목사님이십니까?”

  약간 더듬거리는 듯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자신을 밝혔을 때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나의 고등학교 학급친구였던 것입니다.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았어? 정말 오랜만이네.”

  “응, 서점에 나갔다가 우연히 어떤 책에서 네 이름을 보았어. 그래서 전화번호를 수소문해서 알게 되서 전화한 거야. 실은 내가 네 도움을 좀 받고 싶어서 전화를 했어.”

  “그래? 무슨 일인데?”

  그렇게 그 친구와의 만남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그 때 알게 되었는데, 그는 목회자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이 그렇게 자랑스럽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부모의 직업과 학력을 묻는 시간에 대학원을 졸업한 부모님이 있느냐고 했을 때, 자신 있게 손을 번쩍 들었다가 “신학대학원?” 하는 빈정거리는듯한 말을 듣고서는 뭔가 알 수 없는 모멸감을 느끼면서 부터였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그 때부터 자신은 열심히 공부를 잘 해서 반드시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래서 소위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취직하고, 결혼도 했습니다. 그러나 텅 빈 마음은 여전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의대에 편입하여 의사가 되기로 했습니다. 나이가 많아서 하는 공부라 쉽지 않았지만, 피나는 노력 끝에 가정의학 전문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박증과 우울증이 그를 괴롭혔습니다. 의사가 되면 빈 듯한 마음 한 구석이 채워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더 공허감을 느꼈습니다. 그것을 채우려고 매일 성경을 3장씩 빠짐없이 읽고, 금식 기도를 하고, 예배를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지만 내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친구는 물었습니다.

  “내가 무슨 문제가 있는 거지? 이제는 신앙에 회의도 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절박한 그의 질문에 나는 한 참을 생각하다가 말했습니다.

  “넌 네 정체성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아!”

  그 친구는 깊은 수치심과 열등감의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아버지의 학력과 직업을 비웃는 듯한 태도를 보면서 모멸감을 느꼈고, 그것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수치감으로 발전되었던 것입니다. 그 때부터 그는 학력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고자 일류대학을 나왔고, 직업과 신분의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고자 다시 의사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정결케 하기 위해 매일 성경을 읽고, 금식 기도를 하고, 열심을 다해 예배에 참석하고, 바른 삶을 살려고 했지만 마음에는 오히려 하나님께 대한 불편함이 늘어만 갔습니다. 그것이 강박증과 우울증으로 발전했던 것입니다. “나는 부정한 사람인가?”

  “네 문제를 해결하려면 요한복음 1장 12절과 베드로전서 2장 9절을 붙잡고 다시 기도해봐. 그러면 해결될 것 같아.”

  그렇게 몇 달이 지났을 때 친구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어느 날 성경말씀을 붙잡고 기도하는 중에 내면으로부터 뜨겁게 역사하는 성령의 충만함을 경험했다는 것입니다. 그 순간 자신의 죄가 완전히 씻겨졌으며, 성별되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특별히 자신을 구별하여 거룩한 자녀로 삼아주셨다는 사실을 확신케 되었던 것입니다.

  그 후부터 친구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세상과의 구별된 삶이 자신의 노력이나 공로나 행위를 통해서가 아니라 순간순간 오직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이루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약간 상기되어 말했습니다.

  “난 이제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라는 말씀의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그가 얼마나 자유해졌는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자유는 세상이 주는 것과 분명히 구별된 것이었습니다. 가족관계만이 아니라 직장동료나 교우들과의 관계도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위축됨이 없었습니다. 그 이후의 삶은 오직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살아가는 ‘성결한 삶’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2010년 10월 9일 성결신문

노용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