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가족상담소/행복한책읽기

4월 그리고 김수영과 신동엽

행복한세상을만드는사람들 2011. 4. 2. 10:05

김수영과 신동엽

이승규 지음

 

 

차례

1 들어가며
2 현대성과 전통성의 결합
3 부정의식의 형상화와 시적 탐구
4 초월에서 현실지향으로의 전회
5 새로운 현실을 향한 험난한 여정

 

4월 1일이 되면 과거를 회상한다. 마치 유대인들이 유월절을 통해 고통과 압제의 세월과 출애굽을 회고하듯이, 나 역시 그렇다. 그런데 항상 빚진 마음으로 4월을 맞이한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어느 누가 말한 것 같은데, 아마도 근대사에 있어서 4.19와 같은 역사적인 일들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나는 왜 4월이 되면 마치 빚진 마음으로 무언가 가슴이 아려오고, 쓸쓸하고, 그리고 마치 미완성인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한동안 신동엽, 김수영 이런 시인들의 평전과 시집들을 열심히 읽은 적이 있었다. 4월이 되면 자꾸 이들이 떠오른다. 이제는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까마득하지만, 최근에 이들에 대한 평전이 다시 출간된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마음에 되새겨 본다. 그리고 내 기억에 가장 오래 자리잡고 있는 두 분의 시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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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 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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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라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