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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토리/추억의영상

겨울의 추억과 시

 

 

 

 

 

봄이 순식간에 지나가더니 가을도 그렇게 가버리고

어느 해 보다도 겨울이 빨리 다가왔습니다.

벌써 첫눈이 내리고

첫 얼음이 얼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문득 겨울 나그네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겨울과 눈을 노래하는 시를 떠올려 봅니다.

 

겨울 숲에서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 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 詩. 안도현



첫눈 오는 날


나는 죽으면 첫눈 오는 날

겨울 하늘을 날다 지친 새들 앞에서

영혼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다

하객들로 새들을 모셔놓고

어머니가 새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을 대

진정으로 사랑하는 한 여자와

영혼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다

눈 속에 찬 매화는

아직 홀로 향기를 토하지 못하고

가섭은 부처님이 꽃을 들어도 미소짓지 않으나

내 언젠가 첫눈 오는 날

새들을 모시고 영혼결혼식을 올리면

여름날 소나기 한차례 지나간 뒤

부석사 앞마당에 핀 접시꽃 한 송이 꺾어

내 영혼을 축하해주십시오


- 詩. 정호승



그해 겨울의 눈


그해 겨울의 눈은

언제나 한밤중 바다에 내렸다


희부옇게 한밤중 어둠을 밝히듯

죽은 여름의 반디벌레들이 일제히

싸늘한 불빛으로 어지럽게 흩날렸다


눈송이는 바다에 녹지 않았다

녹기전에 또 다른 송이가 떨어졌다

사라짐과 나타남

나타남과 사라짐이 함께 돌아가는

무성영화 시대의 환상의 필름


덧없는 목숨을

혼신의 힘으로 확인하는 드라마

클라이맥스 밖에 없는 화면들이

관객없는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언제나 한밤중에 바다에 내린

그해 겨울의 눈

그것은 꽃보다도 화려한 낭비였다.


- 詩. 이형기

 


겨울산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에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 詩. 황지우

 

 

 눈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히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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