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이야기(3)
다시 백지가 놓였습니다. 그 백지가 어떻게 그곳에 놓여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서로 조심스러웠습니다. 일단은 그 백지에 그림을 그려도 되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습니다. 누구의 백지인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서로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탐색했습니다.
'누구의 백지일까?'
하나 둘 셋 넷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갔습니다. 아무도 그 백지가 자기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한 사람이 나서며 말했습니다.
"혹시 이 백지가 어떻게 여기 있는지 아는 분 없으세요?"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럼 그림을 그려도 되는 걸까?"
"그려도 되지 않아겠어요? "
다른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그래요 어짜피 주인이 없다면 그냥 이렇게 백지로 놔두느니 그림을 그려봅시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표를 뽑아서 전체 그림을 그리는데 질서를 지키게 합시다."
사람들은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의논을 해서 한 사람을 대표로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뽑힌 대표는 이리 저리 다니며 지휘를 했습니다. 사람들은 열심 그림을 그렸습니다.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
그렇게 사람들은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점점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백지가 점점 그림으로 채워져 갈 무렵부터 사람들은 서로 자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지면이 부족하다고 불평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는 이리 저리 다니며 조정해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저마다의 필요를 주장하면서 대표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왜 내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느냐고 불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술렁거리기 시작하더니 그림을 더 이상 진정이 없이 자리다툼으로 설왕설래하더니 갑자기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가 당신보고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랬습니까? 대표면 대표지 내가 어떻게 그려야 하는 것까지 간섭하라고 했습니까? 난 당신을 대표로 뽑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내 그림 내 맘대로 그리겠으니 간섭하지 마세요!"
그러자 다른 한 사람이 소리쳤습니다.
"우리 대표를 다시 뽑읍시다. 이대로는 안되겠습니다. 더 유능한 사람을 대표로 뽑읍시다.!"
사람들은 그 말을 옳게 여겼습니다. 새로운 대표를 뽑을 때가지 그림 그리는 일은 잠시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대표를 뽑을 때는 의견일치가 잘 되었는데, 두번째 대표 선출은 쉽지 않았습니다. 저마다 자기가 필요한 사람을 내세우며 그 사람이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람마다 자기 그림을 그릴 여백을 더 많이 확보해 줄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대표로 뽑고자 했습니다. 대표를 뽑았다가도 금방 틀렸다고 말하며서 다른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재선거 하고, 또 재선거하고.....
어느덧 그림 그리는 일은 사람들에게서 점점 잊혀져 갔습니다. 그리고 대표뽑는 일이 더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마다 그림 그리는 일을 이야기를 했지만, 그것은 그저 자신들이 지원하는 사람을 대표로 뽑히게 하려는 의도일 뿐이었습니다. 그림 그리는 일은 어느 덧 누가 대표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구실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저마다 사람들이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서 자신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실제 마음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그림을 그려지지 않고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그러는 중에 사람들의 마음 점점 굳어져 갔습니다. 감성도,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도 사라져갔습니다. 다만 점점 자신의 눈 앞의 이익에만 관심을 갖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변해갔습니다.
그림을 그리던 백지는 완성되지 못한 그림을 안고 쓸쓸하게 바닥에 누워 있었습니다. 점점 먼지가 쌓이고 바람에 여기 저기 찢겨나가고 누더기처럼되어갔습니다.
크리스천이 세상사람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새로워졌다면 무엇이 새로워진 것일까요?
또 어떻게 새로워져야 할까요?
세상에서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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