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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토리/에세이

낙엽과 살신성인

낙엽과 살신성인


  안양을 갔다 오노라면 많은 산들을 지나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덥다 덥다 하면서 가을이 오지 않을 것 같더니 며칠 사이에 가을이 성큼 다가섰다. 너무나 빨리 다가와서인지 이제는 금방 겨울로 들어서는 것처럼 보인다.

  가을이 되면 단풍놀이를 한다. 산마다 붉게 물든 단풍들은 너무나 아름답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과 가까워진다는 말처럼 어르신들은 가을철이 되면 단풍놀이 가는 것을 고대한다. 사람의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가을 산의 정취는 정말로 아름답고 아름답다.

  아름답게 산을 물들인 낙엽을 보면 종종 생각에 빠진다. 푸르던 저 나뭇잎이 왜 겨울이 다가오면 오색찬란한 단풍으로 물드는 것일까?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그것은 생존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겨울이 오면 추위와 얼어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스스로 자기 몸의 일부인 나뭇잎을 떼어버리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겨울철에는 비가 자주 오지 않아서 수분이 부족한 데, 나뭇잎이 그대로 붙어 있으면 많은 수분을 빼앗길 뿐 아니라, 얼어 동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 자신의 일부를 떼어버리고, 깊은 동면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라는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아무리 좋아 보이고 화려해 보여도 때로는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극단적으로는 생존을 위해서 버려야 할 것들이 참 많이 있다.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하다가 죄수의 몸으로 로마로 압송되어 갈 때에 그와 그의 일행들이 탄 배가 폭풍우에 휘말려 파선지경에 처한 적이 있었다. 그 때에 사도 바울은 뱃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바다에 버리라고 말했다. 심지어는 식량까지도 버리게 했다. 이유는 살기 위해서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는 가정이나 사회나 신앙공동체인 교회도 살신성인의 정신 없이는 성장해 갈 수 없으며, 때로는 생존할 수도 없다. 지금 이 위기의 순간에 우리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전체의 생존을 위해 내가 결단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낙엽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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