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24주보칼럼>
노란 옥수수 가루의 추억
선감도라는 작은 섬에는 분교가 하나 있었다. 아이들이 적어서 6학년까지 합해야 30여명 될까 말까했다. 교실도 부족해서 두 학년이 앞뒤로 앉아 함께 공부해야 했다. 처음에는 전쟁고아들이 많아서 미군들이 쓰던 막사를 개조해서 학교로 사용했었다. 그 건물은 아마도 일제시대부터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다가 전쟁고아들이 줄면서 학교는 분교가 되었다.
그 학교에는 급사로 일하는 청년이 있었다. 키가 훤칠하고 잘 생겼었다. 재주도 많아서 못하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는 카빈 소총을 개조해 공기총을 만들기도 했었다. 그 급사의 재주 중에 가장 내 마음을 끄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노란 옥수수 가루로 만든 빵을 그렇게 맛있게 쪄내는 것이었다. 물론 옥수수 가루는 구호품이었다. 미국의 원조계획에 따라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었다. 처음에는 옥수수 가루를 한 봉지씩 배급해 주다가 나중에는 아예 학교에서 빵으로 만들어 점심식사 시간에 배식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커다란 가마솥을 열면 뽀얀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사이사이로 얼핏 보이는 노란 옥수수 빵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그 땐 그게 얼마나 맛있고 기다려졌었는지...........
요즘 새삼스럽게 어려웠던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지금 아이티라는 작은 나라의 재난과 궁핍의 소식이 연일 우리 마음을 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6.25라는 전쟁의 참화와 가난이라는 역경을 이기고 이제 경제대국으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가 어려울 때에 이 작은 나라를 위해 아무런 조건이나 대가 없이 기도와 구호의 손길을 보내준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행은 결코 우리가 할 수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주님의 명령이기 때문에 겸손히 순종하는 것이다. 주님께서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였다. 우리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자들이 바로 우리의 이웃이다. 지금 아이티라는 작은 나라는 우리의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무엇으로 그들을 도와야 할까? 우리가 직접 가지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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