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체험의 정신의학적 접근
- 기독 정신의학자의 기독 상담 연구 -
최의헌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연구강사)
I. 정신의학자의 종교적 관심
정신의학자는 넓은 의미에서는 정신의학(psychiatry)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지칭하겠지만, 좁은 의미에서 볼 때에는 정신과 전문의에 국한할 수 있다. 정신의학은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심리학적 분야와 달리 의학적으로 뇌기능을 연구하는 학문분야이다. 뇌의 생리학적, 생화학적 연구들이 임상에서 어떻게 응용 및 적용되는 지를 연구하는 분야이다. 연구의 분야는 정상발달보다는 병리적인 현상에 더 중심을 두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정신의학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의사는 정신치료와 사회정신의학과 같은 인문과학 및 사회과학 연구에 대한 관심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자연과학에 의존하는 다른 의학과 대별된다. 문화와 인류에 대한 정신의학자의 관심은 학문적인 체계를 유지함에 있어서 의학이라는 범주에 속해있는 제약을 받기도 한다. 현대 정신의학은 자연과학적 뇌기능 연구에 상당부분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치료나 사회정신의학과 같은 연구는 연구의 주류가 아니라는 현실 또한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정신의학자의 종교적 관심은 학문적 부분에서 상당히 적은 부분에 속하며 체계적인 연구형태를 유지하는 데에 한계를 지니게 된다.
정신의학자가 일반인 혹은 종교인에 대해서 갖는 가장 중요한 자세는 정신의학적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전달자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은 다양한 저술활동과 방송매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외국에서 베스트셀러의 흐름을 타서 국내에서도 번역된바 있는 The road less traveled1)의 저자 M. Scott Peck은 정신과 의사이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언급하길 정신적인 것과 영적인 것은 구별하지 않았으며 영적 성취 과정과 정신적 성취 과정은 구별없는 동일한 개념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그가 저술한 흥미있는 책 People of the lie2)에서 저자는 ‘악’과 ‘악령’이라는 좀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연구대상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 견해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러한 개인적 견해를 책으로 출판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가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독자의 관심에 부응하는 능력이 있기에 그나마 이러한 저술이 지탄의 대상이 아닌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정신의학회의 138회 연차학술대회(1985) 내에서 정신의학과 종교라는 주제의 심포지움이 열렸다. 이 때 발표된 내용은 책자로 발간되었으며3) 비슷한 제목의 책자가 작년에도 발간되었다.4) 정신의학과 종교의 만남은 갈등과 협력이라는 위치에서 만남을 시도하여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1. 기독교인을 위한 정신질환의 바른 이해
기독 정신과 의사가 가장 어려움으로 봉착하는 문제는 아마도 정신질환에 대한 기독교인의 그릇된 인식일 것이다. 아직도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정신질환을 영적인 시험이나 악령의 저주로 평가하고 있고 의학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기도와 안수, 영적 활동에만 치우쳐서 치료의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회복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신의학적으로는 귀신들림을 하나의 현상으로 이해하며, 그러한 현상이 귀신이라는 대상을 증명하는 근거로 삼지는 않는다. 부적절하고 비논리적이며 괴이한 언어와 행동을 보이는 경우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중의 하나인 도파민이 과다분비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으며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질환 혹은 환각성 물질의 중독시에 나타난다. 적절하고 논리적인 언어와 행동을 보이되 기괴한 방식을 도용하는 경우 마치 제 3의 세력이 그 사람을 지배하는 듯 하지만, 정신분열증이나 다른 정신증에서 나타나는 조종망상(delusion of being controlled)이나 해리장애의 한 형태인 황홀경과 빙의장애(trance and possession disorder)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귀신이 명령하고 지시하는 목소리는 정신증에서 나타나는 환청(auditory hallucination)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같은 현상을 가지고도 그 이해를 달리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며, 우선은 현상에 대해 공통의 이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 현상의 원인이 영적인 세력에서 출발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인간에게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려면 현재 언급한 생물학적인 변화가 우선 일어나야 하며, 눈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그러한 생물학적 변화에 따른 사고 및 행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 정리는 비록 영적으로 귀신들린 사람이라 할지라도 약물치료로 효과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연세대학교에서 ‘목회자를 위한 정신의학 세미나’를 시작한 것이 1994년이며 지역 정신보건센터가 생긴 이후로 비슷한 주제의 강연들이 보건센터를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자리를 통해 정신과 의사는 기독교인이 정신질환에 대해 오인하고 있는 부분들을 교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참석하는 목회자들과 정신의학자와의 연계를 위한 방안이 충분히 모색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 종교체험에 관한 정신의학적 설명
정신과 의사들은 무당의 굿이나 신비체험에서 해리장애의 가능성을 본다. 즉, 특수한 사회현상으로 볼 것인지 병리현상으로 볼 것인지 애매한 현상들을 파악하고 나름의 설명을 하고자 한다. 전통적으로 정신과 영역에서는 종교적 개념을 들어 기괴한 생각을 합리화하고 이를 철저하게 믿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켜 ‘종교망상(religious delusion)’이 있다고 평가하였다. 모든 종교적 개념을 망상으로 평가한 것은 아니며 그것이 종교망상인지 일반적 종교의 개념인지를 평가하는 기준은 종교적 개념 자체에 있지 않고 그러한 개념과 결부된 사회적 태도에 달려 있다. 즉, 사회적으로 용인된 설명 및 행동을 하는 경우 그것은 망상의 범주로 보지 않는 것이다. 평가의 기준이 사회적인 데에 있다는 것은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한동안 정신의학은 무신론자의 의학이라고 생각할만큼 신앙적 삶과 대치되는 이론적 배경을 갖는 학문으로 이해되어 왔다. 프로이드가 종교는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종교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극복하기 위해 완전함의 표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개념이 정신분석적 종교이해의 대명사처럼 생각되어 왔다. 종교적 삶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어기제라고 보게 된다. 이러한 정신의학에 대한 비판은 상당 부분 정당하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정신의학 영역 안에서도 정신의학과 종교를 적대적 관계가 아닌 조화의 관계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다. 실상 프로이드의 경우는 영적인 부분과 신앙의 부분에 대해서 반기를 들었다기 보다는 입을 다물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정신의학의 일차적 관심은 생물학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영적인 부분에 대해서 뚜렷한 의견을 내지 못할 뿐이지 그런 것은 없다고 부정하는 입장은 아니다.
종교체험에 관한 정신의학적 관심은 종교체험의 본질이 아니라 현상 자체이며, 주로는 현상과 생물학적 뇌의 기능 혹은 인격 성향과의 관련성에 있다. 비록 이러한 내용이 종교체험의 본질은 아닐지라도 종교체험과 관련한 다양한 측면을 이해함에 있어서는 절대로 제외될 수 없는 영역인 것이다.
최면의학 분야에서 일부 치료자가 전생요법을 언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언급한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전생요법이라는 명칭은 의학적인 표현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최면으로 나타나는 여러 현상 자체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정신의학적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의 본질을 ‘전생’으로 명명하는 순간부터 정신의학 외적인 요소가 포함된 것이라 하겠다. 최면은 프로이드 시대에서 흔히 사용하던 치료형태이며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서 국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과학적 연구의 관심이라기 보다는 불안정한 사회적 상황에서 과학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사회적 심리과 결부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신과 의사에게 중요한 한 가지는 환자들의 신앙생활이다. 만성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기독교신앙 혹은 다른 종교를 갖고 있을 때 의사의 일차적 관심은 환자들의 정신적인 안정이다. 신앙생활이 환자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여 바람직한 신앙 태도를 설명하게 되는 데 이 때 정신과 의사의 관심은 신앙 자체라기 보다는 신앙에 포함되어있는 환자의 방어기제 측면이다.
정신과 의사가 기독교 신앙을 정신의학적으로 설명하는 예는 흔하지 않다. 신앙 자체를 의학적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은 의학적 관심과 거리가 멀다. 다만 기독교 신앙의 유형과 개인 인격의 유형이 어떤 상관이 있는가에는 연구의 관심을 갖기도 한다. 이 경우 일차적 관심은 인격의 유형이다.
유전자 지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오는 이 시점에서 우리의 미래에는 뇌라는 아직은 모르는 것이 많은 영역을 과학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다.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심리적 및 종교적 체험들이 뇌의 기능으로 설명될 것이다.
정신과 의사의 일차적 관심은 인간이며 좁게는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는 뇌에 있다. 방법론적으로는 자연과학적 분석의 토대에 있다. 전통적으로 영적인 부분은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될만한 실체가 분명하지 않으므로 정신의학적 분야에서도 다만 현상을 연구할 뿐 영적인 실체에 대해서는 함구할 수밖에 없다.
3. 정신치료 분야에서의 정신의학적 기여
프로이드가 정신분석가의 기본 자질을 갖춘 후보생으로서 의사의 가치를 인정한 것5)은 의사의 학술적 훈련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를 언급한 논문은 다름 아니라 비의사정신분석가(lay analysts)를 변호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며, 의사의 언급은 그러한 내용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다. 프로이드의 후예로 자처하는 정신과 의사는 전문의가 되기 위한 4년의 전공의 과정 중에 정신치료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훈련한다. 참고로 정신과 의사가 폐쇄적인 집단이라는 것은 Psychotherapy를 심리치료라고 부르는 다른 영역들과 달리 정신치료라는 이름을 고수하고 있는 특징에서도 느낄 수 있다.
정신과 의사는 병리가 있는 대상도 접하고 그들 보호자인 가족과도 면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정신치료자보다 다양한 대상을 만나게 되고 훈련한다는 점에서 정신치료자가 되기 위한 좋은 토양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정신치료에 집중하는 의사는 생각보다 적다. 그 이유로서 첫째는 국내 의료정책이 정신치료를 거의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보험의 특성상 정신치료에 적정한 수가를 책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둘째는 약물치료의 발전 때문이다. 내담자의 문제중 많은 부분은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약물치료로 빠른 호전을 보이며 정신치료보다 훨씬 효과적일 때도 많다. 지금의 의료체제 안에서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정신치료 영역이 기피되는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의 정신치료는 생물학적인 연구와 접목되지 않으면 그 존폐의 위기가 올 지도 모른다. 적어도 정신의학 영역에서는 그러하다.
국내에서 이른바 ‘정신의학과 종교’의 분야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것은 어느 정도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 부분적인 자료를 소개하고 현재 국내의 정신의학자가 종교체험과 관련하여 어떤 유익 내지는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II. 국내 기독 정신과 의사의 현주소
1999년 10월 29일은 기독 정신과 의사6)가 공식적으로 마련한 조촐한 상견례의 자리였다. 국내 정신과 의사의 학회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계 학술대회 일정 중에 공고를 통해 작은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이 자리는 기독교인인 정신과 의사가 우선적인 목표 없이 기독교인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자리였다. 그리고 이러한 자리가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 지 타진해보는 자리였다. 30여명의 정신과 의사가 자리하였으며 각자의 신앙적인 배경을 이야기하고 정신과 의사의 모임이 어떤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 좋을 지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였다. 이 자리에는 목사 안수를 받은 정신과 의사가 한 명, 신학과정을 이수한 정신과 의사가 한명 있었다.
비록 각자의 의견이 충분한 통일을 보지는 못했지만 기독교인인 정신과 의사가 ‘기독 정신과 의사’로서의 위상을 가질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이 이루어졌다. 모임을 구상하고 주도한 몇 몇 정신과 의사의 가장 중요한 관심은 학술적인 관심이었다. 즉, 정신과 의사가 종교와 관련되어서 갖는 연구들을 모으고 좀 더 체계적인 학문적 발전을 이루는 것을 우선한다는 취지였다. 이러한 구상은 물론 전체적인 동의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이후로 공식적인 모임이 2000년 2월 19일과 4월 28일 두 차례 더 있었다. 두번째 모임에서는 김진 전문의의 주제강의가 있었고 세번째 모임에서는 최영민 전문의의 주제강의가 있었다. 2000년 추계학회에서는 분과학회에 버금가는 학술적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였으나 의약분업 여파로 학회가 축소 운영되어 기대하였던 학술회의를 실시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경험하였다.
앞으로 기독 정신과 의사의 모임이 어떤 자리매김을 할 지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특히 기독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여러 전문가와의 연계가 이 모임을 제대로 유지하게 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에서 기독 상담 및 종교 경험에 대해서 정신의학자의 시각을 가지고 발행된 자료들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1. 저술 서적
이만홍(1991)의 아스피린과 기도는 간결하면서도 풍부하게 정신의학적 병리와 신앙의 입장을 조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김진은 정신분열증에 대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1997), 그리스도인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1999), 그리스도인은 인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1999)를 저술하였다. 미국 Calvin 신학대학원에서 수학한 그는 신학적인 입장과 정신의학적 이론을 통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서적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그 기반이 정신의학적 지식에 있다는 것이다. 병리에 관한 의학적 지식과 정신분석 이론의 개념이 이들 책에 담겨있다. 차이라고 한다면 이만홍의 저술은 정신의학적 용어나 개념을 가능한 그대로 유지한 반면 김진의 저술은 원래의 용어나 개념을 자신의 신학적 견해를 통해 수정하였다는 점이다.
2. 번역서
이만홍, 강현숙(2000) 역의 정신치료와 영적탐구는 정신과 의사 Benner의 책을 번역한 것인데, 심리학에 기반을 둔 기독상담의 영역이 국내에서 성장하고 있는 시기에 걸맞게 정신치료와 영성의 조화에 대한 바람직한 지침을 제공한다. 이러한 서적의 번역에 있어서 정신의학적 기반이 없는 사람들에 의한 번역의 오류를 막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정신의학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3. 논문
전우택은 신흥종교집단에 대한 두 편의 논문7)을 국내의학논문지에 게재하였다. 사회정신의학에 관심을 두고 있는 그는 현재 탈북자 및 통일문제에 관련한 학술적 분야와 함께 기독교와 정신의학의 만남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준석, 김광일, 이종일(1997)은 정신분열증 환자를 대상으로 종교성향과 정신건강의 연관성 연구를 시도하였다.8)
최영민, 이정호, 이기철, 전성일(1998)은 기독교신앙이 대기업 사무직 직장인의 스트레스 과정과 정신분열병 환자의 치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연구하였다.9)
이만홍, 김동화, 최낙경(2000)은 종교적 회심 경험과 자기애성 인격성향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였다.10)
이러한 연구들은 기독교의 종교적 경험 및 기독교 신앙이 일반인과 환자군에서 의학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보조적인 자료를 제공한다.
III. 기독 정신의학자에 대한 고찰
간략한 소개를 통해 기독 정신과 의사들이 나름대로 신앙과 정신의학을 접목하고 통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대략적으로 설명하였다. 이러한 시도와 함께 몇 가지 생각해볼 것들이 있다.
첫째, 기독 상담의 초창기에는 두란노서원의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만홍, 전우택, 김진, 최영민, 등이 두란노서원의 상담관련 영역에서 강사 및 지도교수로 활동하였거나 활동 중이다. 하지만 학술적인 영역에서는 두란노서원의 역할이 충분하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는 국내 어떤 학술지보다도 신경정신의학회지에 투고하는 것을 가장 선호할 것이다. 학술적인 특성을 위해서라면 인준된 학술지의 자리매김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할 것이다.
둘째, 다른 기독상담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기독교와 정신의학의 만남에 관심을 두는 기독 정신과 의사의 진지한 토론의 장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개인의 관심에 따른 각자의 노선을 밟고 있을 뿐 서로의 의견 교환을 통해 개념을 보완하거나 수정하는 기회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정신과 의사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비교적 동질감을 얻기 쉬운 그룹이므로 어떤 그룹보다도 더 먼저 토론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세째, 기독교와 정신의학의 만남이 연구되어지는 중요한 장으로 임상 현장이 부각된다. 의사는 연구만 하는 경우가 아닌 한 진료하는 임상 현장과 분리되어 생각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임상 현장에서 대부분의 개념이 형성되고 검증된다. 당연히 기독교와 정신의학의 만남에 대해서도 임상 현장에서의 경험이 중요한 기반을 제공한다. 하지만 임상 현장의 특성상 다른 전문가가 개입되기는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임상 현장에서도 기독상담 전문가 및 목회자와의 연계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은 분명하다.
IV. 제언
저자가 현재 소속되어있는 세브란스 병원 정신과에서는 기독 상담의 영역에 관한 자리매김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선 정신과 외래에서 기독 상담이라는 분야를 전담하는 외래 시간을 편성하려고 한다. 그리고 목회자 및 기독상담 전문가와 연계하는 체제를 구성하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 임상 현장의 장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좀 더 전문적으로 이해하고 학술적으로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의사가 다른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일은 적다. 그만큼 의사의 학술작업은 폐쇄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기독상담 학술지가 정신과 의사의 논문 게재에 자유로울 수 있고 학술적으로도 인정받는 학술지로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기독상담 전문가와의 연계가 가능하도록 충분한 협력 체제(supply system)가 있어야 한다. 불안정한 체제에 의사가 임상 현장을 개방할 리는 만무하다. 전문성이 보장된 인력과 연구적 역량이 동반되어야만 학술적 연계가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일은 개인의 범주에서는 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므로 학회나 단체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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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inson, L. H., ed. (1986). Psychiatry and Religion: Overlapping Concerns. American Psychiatric Press.
<미주>
1) 국내 번역서는 열음사 출판의 ‘아직도 가야할 길’ (신승철, 등 번역), 소나무 출판의 ‘끝나지 않은 길’ (김창선 번역) 두 가지가 있다.
2) 국내 번역서는 두란노 출판의 ‘거짓의 사람들’ (윤종석 번역)이 있다.
3) Robinson, L. H., ed. (1986). Psychiatry and Religion: Overlapping Concerns. American Psychiatric Press.
4) Boehnlein, J. K., ed. (2000). Psychiatry and Religion, The Convergence of Mind and Spirit. American Psychiatric Press.
5) Freud, S. (1926). The Question of Lay Analysis. Standard Edition, 20, 257.
6) 기독 정신과 의사의 모임에 관한 간단한 정보는 http://user.interpia98.net/~sungnak/에서 볼 수 있다.
7) 전우택 (1994). 신흥종교집단에 대한 정신의학적 이해. Kor J Psychopathol, 3, 23-33.
_______(1996). 신흥종교집단에 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정신의학적 고찰. J Korean Neuropsychiatr Assoc, 35, 249-259.
8) 이준석, 김광일, 이종일 (1997). 정신분열증 환자의 종교성향과 망상. J Korean Neuropsychiatr Assoc, 36, 416-432.
9) 최영민, 이정호, 이기철, 전성일 (1998). 기독교신앙이 대기업 사무직 직장인의 스트레스 과정에 미치는 완충효과. J Korean Neuropsychiatr Assoc, 37, 894-902.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1998). 기독교신앙이 외래 정신분열병 환자의 치료에 미치는 영향. J Korean Neuropsychiatr Assoc, 37, 1023-1033.
10) 이만홍, 김동화, 최낙경 (2000). 종교적 회심 경험과 자기애성 인격성향 사이의 상관관계. J Korean Neuropsychiatr Assoc, 39, 825-837.
국문요약
종교체험의 정신의학적 접근
- 기독 정신의학자의 기독 상담 연구 -
정신의학은 뇌의 생물학적 기능을 연구하는 의학적 분야와 함께 정신치료와 사회정신의학과 같은 인문과학 및 사회과학의 특성을 지닌 특성이 있다. ‘정신의학과 종교’는 정신의학자의 주된 연구분야는 아니지만 갈등과 조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중요한 부분이다.
귀신들림과 종교체험에 대한 정신의학적 관심은 일차적으로 그러한 현상의 영적 의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상과 관련된 생물학적 뇌기능 및 인격 특성에 있다. 이러한 연구는 기독상담 전문가와 연계할 때 현상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를 가져올 것이다.
국내 기독 정신과 의사의 모임 및 활동은 현재 시작 단계에 있으며 그동안의 연구적인 노력은 개개인의 관심에 의한 연구에 머물러 있는 상태이다. 앞으로 기독 정신과 의사가 ‘정신의학과 종교’ 분야에서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임상현장에서 다른 기독상담 전문가와 연계하기 위해서는 학술적으로 인정받는 기독상담기관 및 학술지의 자리매김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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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되는 말: 기독 정신의학자, 종교체험
ABSTRACT
Psychiatric approach to Religious experience
- a study of Christian counseling by a Christian psychiatrist -
Choe Eui-Heon
Dept. of Psychiatry
College of Medicine
Yonsei University
Psychiatry has a medical part to study the biological functioning of the brain and a part of cultural and social science associated with psychotherapy and social psychiatry. ‘Psychiatry and religion’ is not a major concern in the research of psychiatry, but it is an important field composed of conflict and integration.
The primary concern of psychiatry in possession and religious experience is not merely the spiritual meaning of these phenomenons, but the biological functioning of the brain and the personality features related to these phenomenons. If psychiatrists co-work with Christian counseling professionals, this will bring a more integrated understanding of religious phenomenons.
The meetings and studies of Christian psychiatrists in our nation are in its beginning, and previous efforts had been limited to those with personal interests in this field. For Christian psychiatrists to further contribute in the field ‘psychiatry and religion’, and to co-work with other Christian counseling professionals in the clinical field, we need to establish academically approved Christian counseling facilities and a research journal on Christian counse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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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Words: Christian psychiatrist, Religious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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