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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가족상담소/행복한책읽기

책이야기 '기독교 평화주의'의 재발견 -존 하워드 요더의 <근원적 혁명> 추천사 (스크랩)

 

책이야기 '기독교 평화주의'의 재발견

존 하워드 요더의 <근원적 혁명> 추천사

 

2011.10.21 남귀식 (newsnjoy)

 

▲ 존 하워드 요더. (사진 제공 박삼종)

 

메노나이트 신학교에서 공부할 때 알렌 크라이더(Alan Kreide)교수와 대화 중에 존 하워드 요더(John Howard Yoder)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요더의 책을 읽고 그리스도인들이 평화의 일꾼(Peacemaker)이라는 것이 더 분명해졌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교수님은 요더를 "그는 한 세기에 있을까 말까 한 인물"이라고 말씀하셨다. "한 세기에 한 명 날 만한 인물의 책을 이제야 만나다니…"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참 행복했다. 그분의 책을 이제라도 만났다니 말이다.

 

한 세기에 나올까 말까 한 신학자이고 성경학자이며, 기독교 윤리학자일 뿐만 아니라 진정 주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이었던 요더의 책들이 최근 들어 우리글로 번역되어 나오기 시작한다. 참 흥분되고 가슴 벅찬 일이다. 그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성경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 생겼고 그리스도인에 대한 인식이 변했으며, 주님을 따르는 삶이 무엇인지 분명해졌다. 성경적 평화에 대한 인식이 마음에 각인되었으며, 교회를 향한 새로운 비전이 생겼다.

 

근본적으로 교회가 평화 공동체, 가족공동체, 평생 함께 삶을 나누는 생활의 공동체여야 한다는 것은 내게 충격이고 도전이었다. 그는 교회가 사회에 빛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고, 사회에 소망이 되어야 한다는 교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교회가 있다면 그 교회가 속한 사회가 바뀌어야 하고, 교회가 있다면 샬롬의 공동체로 그 사회가 바뀌고 회복되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요더의 책들이 내게 메노나이트 교회의 목회자가 되는 데 분명한 안내자, 길잡이가 되었다. 그가 작고한 지 10년이 넘어서야 한국에 출판되다니. 참 오래 기다렸다. 즐겁고 기쁘다.

 

그동안 한국 교계는 요더를 좌파로 인식하여 그의 책을 읽거나 관심을 두는 사람들을 자유주의자나 신앙이 없는 사람으로 여겼다. 요더가 복음적이긴 하지만 메노나이트 교인이며 에큐메니컬 운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그 운동을 이끌어 왔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것은 한국의 기독교계가 얼마나 편협한 경향성을 띄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예이다.

 

한국교회가 대형화되어 가면서 빚어진 문제들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이곳저곳에 모여 교회사를 공부하고 성경으로 다시 돌아가 교회의 본질을 찾았다. 그러던 중 발견한 것이 바로 공동체 교회, 제자도 중심의 교회, 평화 교회인 메노나이트 교회였고 자연스럽게 요더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를 묶고 있던 좌파 혹은 자유주의 신학자라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발견하면서 그의 책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번역되었다. 또한 한국 기독교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게 되었다.

 

이 책은 그의 기독교 평화주의에 대한 대표적인 책 중 하나이다. 그가 15년 동안 고민하고 연구해 강연한 내용 중에 기독교 평화주의에 관련된 논문들을 모아 출판한 책이다. 이 책은 저자의 평화 신학에 대한 신학적 태도를 선명하게 알게 하는 책이다. 책은 그의 다른 대부분 책들의 특징처럼 성경에 근거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어 간다. 무엇보다 특징은 산상수훈에 대한 그의 탁월한 성찰과 함께 예수의 삶과 사역을 예수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문화를 꿰뚫으며 함께 풀어 나가는 것이다. 이는 설득력과 생동감을 더해 준다.

 

본서는 많은 기독교 평화주의에 대한 책 중에 최고의 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본문이 주는 최고의 가치는 전쟁과 폭력 그리고 권력이 중심을 이루는 현 사회 속에서 가장 진지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가장 성경적으로 깊이 있게 다룬 한 인간의 고뇌와 성찰을 만나게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하다. 먼저 저자는 산상수훈의 내용을 토대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평화의 일꾼이라고 강조한다. 진정한 제자도는 바로 평화에서부터 출발한다. 예수가 살아온 삶은 평화의 길이다. 평화의 길이 바로 근원적인 혁명이다. 당시 주님을 따르도록 부름받은 자들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도록 초청되어 의도적 공동체를 이루는 자들이었다.

 

삶의 변혁은 바로 예수님을 삶의 중심으로 모시는 곳에서부터 일어난다. 그것이 사회변혁이다. 주님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삶과 사역은 사회적 변화의 도구이다. 칼이나 권력이 아니다. 산상수훈에서 가르치는 주님의 말씀은 회개와 제자의 삶을 요구하고 계신다. 이것은 예수님을 만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서이다. 예수님을 닮아 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세상을 향한 평화의 증거이며 내용이 되는 것이다.

 

그런 증인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도록 의도된 공동체인 교회는 그리스도인들이 누구인지 눈으로 보게 되는 증거 공동체이다. 하나님이 말씀하신 약속의 성취 공동체이며 완전한 사랑을 만들어 내는 온전한 삶의 완성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교회 공동체이다. 또한, 주님을 따라 살아가는 제자들은 화해를 이루는 자들이다.

 

예수님이 진짜 주님이시라면 우리는 그를 따르는 자들이기에 평화의 일꾼들임이 분명하다. 평화를 만들며 평화를 이루어 사는 자들이다. 이 책은 진정한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기를 갈망하고 그 삶이 무엇인지 찾는 자들에게 대답한다. 단지 개인 구원의 차원을 넘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기 원하는 그리스도인들이라면 이 책이 용기와 힘과 길을 제공해 줄 것이다.

 

또 책은 교회의 진정한 모습을 그려 주고 있다. 교회가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어떤 목적과 방향을 가져야 하는지 교회의 본질과 특징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특히 한국같이 교회가 국가와 함께 긴밀하게 밀착된 구조에 대해 예언자적 성찰을 가르쳐 주는 책이다. 국가와 교회의 관계를 예수님의 가르침과 삶에서 발견하고 교회의 역할을 말해 주고 있다.

 

교회는 평화의 일꾼들이 모인 곳이기에 평화의 공동체이다. 교회가 국가의 권력과 함께 국가의 전쟁이나 폭력 사용에 동조하고 함께하는 것은 성경이나 예수님의 가르침과 상반된 것이다. 교회는 죽음을 통한 어린양의 승리를 공유하는 공동체이다. 교회의 고난은 자기를 내주신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순종의 척도이다.

 

특히 저자는 산상설교에서 정치적 공리를 찾으면서 그리스도가 바로 주이심을 강조한다. 그리고 비폭력적 방법으로 제시하는 평화주의를 세운다. 더 나아가 그는 이러한 평화주의를 에큐메니컬 영역으로 가져온다. 교회가 교회로서의 역할을 하려면 먼저 국가와 분리되어야 하며, 그래야 교회가 세상의 빛의 역할을 하고 세상의 소망이 된다는 것이다.

 

칼과 권력은 교회가 가지는 도구가 아니라 화해와 평화가 교회의 도구임을 기억해야 한다. 남과 북이 대치되고 평화의 도구가 되어야 할 교회의 사명이 더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에 적절한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교회 때문에 고민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리고 진정한 평화의 공동체로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찾기를 갈망하는 사역자라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참다운 공동체를 꿈꾸며 초대교회의 모습을 회복하기를 갈망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가지는 특징은 평화에 대한 고찰이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주님의 제자로, 진정성을 가진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려는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복음은 함께 더불어 이루는 사회에 대한 소식이다. 한 개인의 차원을 뛰어넘어 그가 몸담고 사는 공동체와 사회에 미치는 행복한 소식이 바로 복음이다. 우리는 주님이 오신 것이 복된 소식이라고 성경이 말하는 것을 오랫동안 개인적 차원에서만 해석하고 적용하는 오류를 범했다.

 

그러나 저자는 그가 속한 공동체 모두가 누리는, 더불어 경험하는 소식이 복음이라고 살피고 있다. 다른 말로 주님이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이 세상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 복음이라는 것이다. 복음은 더불어 사는 샬롬이고, 샬롬이 곧 복음이다. 화해와 회복이 도구이며 함께 사는 평화의 공동체가 목표다. 이것이 샬롬이다.

 

샬롬의 최고점이 바로 주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이다. 그리고 그 주님의 죽음과 부활의 열매가 바로 교회 공동체다. 교회는 평화의 공동체이며 평화를 만드는 공동체이다. 교회가 있는 곳에 평화가 증거되어야 한다. 그때 교회는 세상의 빛이고 세상의 소망이 된다. 전쟁과 폭력을 사용하는 것과 신앙을 별개의 문제로 치부되는 한국교회에 이 책은 경종을 울린다. 한국의 모든 그리스도인, 즉 모든 목회자와 신학자들을 포함하여 모든 교인이 읽고 회개할 책이다.

 

결론으로 예수님이 선포하셨던 근원적인 혁명은 그 본연의 가치, 태도와 더불어 특별한 공동체를 창조하게 되었다. 평화의 일꾼들은 바로 이러한 새로운 삶의 형태를 깨달아 가는 의도된 공동체이다. 이들이 바로 주님의 명령을 견고하게 지켜 가는 하나님의 백성이다. 이러한 믿음이 삶에서 본질의 새로운 형태를, 삶의 방법으로 평화를 택하고 취할 뿐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주님의 혁명이다.

 

이러한 혁명에 대한 요더의 분석이 전통적으로 평화주의자들을 어렵게 만들었던 질문들에 상당한 빛을 제공하는 것이 되었다. 그리스도와 문화에 대한 총체적인 질문을 다룬 그의 관점은 폭력에 대한 신구약 성경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또한, 이것은 개인윤리이든 공적 방법이든, 평화 일꾼들의 생존력을 더 견고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 책이 기독교 평화주의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많은 진보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쉽지 않은 책을 번역하여 많은 사람에게 유익을 끼치는 계기를 만들어 주신 김기현·전남식 목사님께 감사드린다. 한국 기독교인의 보편적 독서 수준에 한눈팔지 않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보배로운 책을 용기 있게 출판하는 대장간 출판사에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이 책을 통해, 진정 주님의 제자로 살고자 평화에 대해 고민하며 진정성을 가지려고 몸부림치는 그리스도인들이 힘 얻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국가와 분리되어 교회가 교회다워지는 데 관심을 둔 모든 교인과 사역자들이 함께 읽기를 바란다. 교회가 화해와 평화의 도구가 되어 빛으로서의 역할과 사회에 소망을 주는 교회를 일구고자 수고하는 의도된 교회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주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님의 자녀로 화평케 하는 자들이 꼭 읽기를 권한다.

 

 

남귀식 목사 / 은혜와평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