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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가족상담소/그 사람, 그의 삶

전신 마비의 인테넷 DJ

<090524말씀으로세상보기>


전신 마비의 인터넷 DJ


  어렸을 적 우리 집에는 감동 깊게 읽었던 책이 하나 있었다. 표지가 다 떨어진 책이었는데, MBC 라디오에서 연속으로 낭독되었던 “절망은 없다”라는 제목의 생활수기를 엮은 책이었다. 나는 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우연히 그 책을 읽게 되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사연들이었는데, 불굴의 의지로 인생의 역경을 이긴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정말로 가슴을 울렸다.

  최근에는 TV를 통해서 종종 절망적인 환경과 신체의 한계를 이겨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게 된다. 최근에 알게 된 이야기는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쳤는데, 척추염이 전신에 퍼져서 모든 뼈마디가 굳어 오직 말만 할 수 있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누워서 겨우 움직이는 손으로 인터넷 자판을 두들기며 구수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인터넷 DJ로 활동하고 있었다. 노래를 얼마나 잘 하는지 그를 사랑하는 동호회까지 있었다.

  처음에는 그 분의 이야기를 보면서 눈물이 나서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누워 지낸 세월이 벌써 16년째라고 했다. 하도 누워 있어서 머리 뒤에는 주름이 잡혀 있었다. 그렇게 누워서 어떨 때는 서너 시간씩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손가락 마디가 굳어버린 손에 긴 막대기를 끼워 자판을 두드리며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의 삶의 용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용기 있는 그의 삶의 뒤에는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 분은 어머니였다. 허리를 펴기에도 불편한 노모가 시시 때때로 마실 것과 먹을 것을 먹이며 보살피고 있었다.

  또 한 사람은 그의 매형이었다.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와서 목욕을 시켜주고 있었다. 그 일이 벌써 16년 째, 한 번도 건너 뛴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런 삶 속에서도 잃지 않은 유머였다. 그 DJ는 웃고 있었다. 전신마비를 넘어선 영혼의 자유함이 있었다. 그 영혼의 자유함이 오히려 다른 보통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