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 G. Jung의 “회상, 꿈, 그리고 사상”
-- 이부영 역, 집문당, 1990--
1. 들어가는 말
회고록 형식인 “회상, 꿈, 그리고 사상”은 읽어내려가기에 그렇게 쉬운 책은 아니었다. 번역상의 문제인지는 모르나 그 내용을 따라가기에 그렇게 쉽지 않았다. 알려지기는 융이 말년에 아니엘라 야훼에게 자신의 일생을 회상하면서 이야기한 것을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융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들어왔고 또 몇몇의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융 심리학과 상담” 과목을 통해서 더욱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심리학 하면 여전히 정신분석학의 시조인 프로이드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주변에서 맴도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기회에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래서 기대를 가지고 이번 기회에 융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어보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 바쁜 일정이 방해가 되었다. 게다가 발제에 더 신경이 쓰여서 실제로 중요한 융의 원전을 자세하게 접하지 못하는 경우가 되고 말았다. 이것은 두고 두고 후회가 될 것 같다.
칼 구스타프 융의 이름은 나에게 매우 강한 느낌을 준다. 말년의 초상화를 보고 있으면 마치 까다로운 스쿠르지 영감이 나를 내려다 보는 듯한 강렬한 시선을 느낀다. 아마도 그의 눈이 나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점은 프로이드보다 더욱 강렬하고 깊은 인상을 준다. 프로이드가 정신분석학의 효시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융이 더 나의 내면과 심성을 꿰뚫어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왠일일까? 아마도 프로이드의 자전적인 글을 접하지 못했고, 융의 자신의 경험 이야기를 접하게 된 것이 그 이유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어린시절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기억과 느낌과 경험들을 그렇게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솔직히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의식의 흐름들, 정서의 흐름들, 그리고 경험이 가져다 준 기묘한 내면의 기억들을 잘 모른다. 막연하기만 하다. 그런데 융은 매우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아마도 그것은 그만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고민하고 숙고하고 성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은 나에게 매우 뚜렷하고도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2. 이 책을 통해서 배운점
이 책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때에 유년의 기억과 회상, 그리고 내적인 체험에 대해서 청년기에 그가 겪었던 고뇌와 그것을 해결해가는 내면의 과정, 그리고 대학시절과 정신과의사를 거쳐 점차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프로이트를 만나서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켜가면서 점차 신비사상과 종교, 그리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기 위한 여행을 통해 그의 이론이 구체화되어가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서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먼저 살펴볼 수 있는 것은 프로이드와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가 프로이드와 교제한 경험이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마치 프로이드와 경쟁하듯이 책을 집필하고, 자신의 내면의 의식의 흐름을 자료화하여 심리학 이론을 전개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프로이드를 극복하기 위하여 애를 쓴 것처럼 보인다.
또한 그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살펴보면 마치 신경증이나 혹은 정신분열증과 같은 모습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그는 실제로 어린시절 신경증적인 증상 때문에 고통을 당한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그 외에도 그의 꿈에 대한 경험이나 신비주의적인 환상의 경험들은 그런 의심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의 심리학적 이론을 살펴보면 마치 어떤 철학이론이나 혹은 종교학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런 이유로 많은 종교학자들에 의해서 재해석되고, 기독교 쪽에서도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것 같다. 특히 그의 개성화 과정은 마치 종교성의 발달 단계와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자신은 종교학자가 아니라는 말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융을 통하여 배운점은 자신의 내면에 대한 심층적인 성찰의 모습이다. 이점은 프로이드보다 더 심층적이고 깊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이해하는 만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융의 경우를 통해서도 증명이 되었다. 물론 프로이드의 경우도 자신의 유년시절의 기억을 중요한 자료로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의 성실한 기록과 연구자세 등을 배울 수 있다. 그에 비해서 융의 경우는 좀 더 넓고 개방적이었다는 점이다. 프로이드는 그의 이론을 전개해가는 과정에서 점점 자신의 경험 속에 갇혀가는 듯한 모습을 보게 되는데 비해서 융은 더욱 확장시켜가는 모습을 발견한다. 프로이드도 신화와 다양한 종교와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이론을 통해 그러한 현상들을 재해석하려고 노력하였지만, 매우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자세를 보인 반면에 융의 경우는 오히려 발전시키고 확장시키고 더욱 심화시킨 경우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융의 이론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심지어 어린이를 위한 놀이치료에까지 활용될 수 있는 것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융의 경우를 통해서 배운점은 항상 미래와 가능성을 지향했다는 점이다. 프로이드는 과거에 얽매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반면에 융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무엇을 향하는가? 무엇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자신의 원형을 찾아가는 데 초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연구와 인간이해가 융의 연구자세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점이 융 자신이 비록 신경증과 정신분열병과 같은 환상과 신비적 경험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자신의 이론대로 대극의 합일을 이룬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러한 특성은 프로이드가 주로 병리적인 사람들을 대하면서 그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얻는 경험들과 자료들을 통해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해간 것과는 다르게 주로 일반적인 대상들을 중심으로 심리를 분석하고 치료하면서 경험한 자료들을 토대로 자신의 이론들을 발전시켜 나갔기 때문인 듯하다.
세 번째로 배운점은 앞의 것과 관련되는 것으로서 항상 자신의 미래를 찾아가는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그러한 그의 삶이 상징적으로 나타난 것이 볼링겐에 평생을 걸쳐 지은 성탑이라고 생각한다. 융은 이 성탑을 짓는 것을 그의 심리학적 명상과 결부시켜 무의식의 내용을 형상화하는 심리적 실습으로 삼았다고 하였다. 융은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볼링겐에서 고요함이 나를 에워싸고 있다. 이곳에서 사람은 가장 겸허한 자연과의 조화속에서 산다. 수세기를 거슬러 올라가며, 그만큼 미래를 내다보는 생각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여기에서 창조의 고뇌는 완화되며 창조성과 놀이가 거의 하나로 어울리게 된다.”
결국 융의 심리학은 창조성을 극대화하여 자신의 원형을 찾아 자기와의 통합을 이루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자 자신의 경험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3. 비판점
융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다소 신비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너무나 많은 다양한 종교사상이나 신화의 이야기들을 소재로 자신의 심리학적 이론들을 설명하다 보니 난해하고 복잡한 감을 느끼게 된다. 또 어떤 경우에는 그의 이론을 설명하는 용어나 개념들이 중복되거나 보기에 따라서는 이중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
또 너무 신비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보니 심리학이 아니라 마치 종교철학적인 내용을 전개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자신의 환상적인 특성이나 신경증적인 경험들을 심리학적 이론으로 합리화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 혹은 비판적 가능성들을 다른 장점에 비해서 경미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융의 심리학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4. 제안적 결론
융의 “회상, 꿈 그리고 사상”은 일반 자서전과는 매우 다른 독특성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자서전은 외형적인 내용들을 주로 다룬다. 그러나 융의 자서전은 자신의 내면의 경험을 이야기한 것이다. 외면보다 내면을 보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나아가 자신의 무의식을 포함하여 내면이 무엇을 추구해 왔는가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에릭 에릭슨의 “청년 루터”나 “간디” 등은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성장발달의 과정을 해석한 것이라고 한다면 융의 경우는 그런 방법론보다 더욱 구체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기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프로이드가 주로 병리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내면을 살펴보려고 했었던 것과는 다르게 인간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해 나갔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다. 이러한 생각이 포함된 그의 성격이론이 실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바탕이된 것 같다. 예를 들어 MBTI 성격유형 검사가 대표적이다.
결론적으로 융의 자서전적인 이 책을 읽으면서 말년까지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면서 창조성을 발휘한 융의 일생이 너무나 부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의 삶의 모습처럼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 간절해진다.
(200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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