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앞 신발
목회자는 언제나 심방하는 일이 일상적인 일처럼 되어 있다. 특히 우리나라 교회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나이가 든 세대일수록 심방에 대한 향수는 매우 진하다.
지난주에도 교인가정을 둘러보았는데, 한 가정에 들었더니 현관부터가 어찌나 잘 정리되어 있는지 내 마음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목사님이 심방오신다고 하니까 더 청소를 하기도 했겠지만, 살펴보니 그것은 한 순간만의 모습이 아니라 평소에도 생활모습이 그렇다는 증거가 여기저기서 발견되었다. 심방을 마치고 나오다 보니 언제 정리해 놓았는지 구두가 신기 좋도록 구두 앞이 밖을 향해 놓여 있었다. 아마도 인사하고 뒤따라 들어오면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정리해 놓은 모양이었다.
선친께서도 살아생전에 항상 생활태도를 강조하시면서 현관부터 잘 정리되어 있는 집에는 도둑도 들지 않는다고 말씀하시곤 했었다. 옛 사람들은 그렇게 집안을 청결하게 하고 정리정돈 하는 일은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가르쳤다.
현관의 신발을 잘 정리하는 일은 다른 식구들과 남을 배려하는 일이기도 하다. 집에 들어오면서 신을 아무렇게나 벗어놓으면 다른 식구들이 들고날 때 방해가 되는 것은 누구나 경험해본 일이다. 그런 불편함을 피하려면 나부터 먼저 자신의 신발을 잘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가정생활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일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면 식탁을 함께 차리는 일과 다 먹고 난 다음 자신이 먹은 식기를 싱크대에 갖다 놓는 일 등이다. 함께 식사를 준비하는 것까지 하면 좋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어렵다. 그나마 가정주부를 돕기 위해서 최소한 할 수 있는 일이 함께 식탁을 차리거나 먹고 난 식기를 싱크대까지 나르는 일이다.
우리 가정은 아들이 어려서부터 그렇게 했더니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아내가 상 좀 차려라 하면 아들은 두말 하지 않고 숟가락 젓가락을 놓고 반찬을 나른다. 그리고 다 먹고 나면 먹고 난 식기를 자연스럽게 들고 나간다.
남을 배려하는 일은 가정생활에서부터 시작된다. 자녀가 어려서부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는 우리의 신앙적 가치관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또 가르쳐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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