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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가족상담소/이런 생각은 어떻습니까?

설거지의 교훈

설거지의 교훈

  명절이 되면 주부들은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부엌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가사 일은 사회적인 일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특성이 있다. 너무나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반복적이라는 것이다. 식사준비, 설거지, 빨래, 청소 등등이 너무나 자주 반복적으로 돌아오는데, 대부분 변화가 별로 없는 단순한 반복 노동이다.
  이번 설에도 형님 댁에 모두 모였다. 이번에는 초가가 결혼을 앞두고 신랑 될 사람이 인사를 온다고 해서 저녁시간에 맞추어 누님, 동생네, 그리고 우리 집 그렇게 모두 모였다. 예비 신랑이 오자마자 형님은 예배부터 드리자고 했다. 백년손님을 맞아 놓고 너무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닌가 했지만 형님 뜻이 그러니 모두가 말없이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세배를 하고 나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사위 될 사람에 대한 이야기며 한 참을 보내고 나니 이제 부엌 일이 문제였다.
  아내와 제수씨가 상을 치우기 위해 일어서자 한 마디 했다.
  “남자들이 설거지 하면 어때요?”
  그랬더니 제수씨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정말 그러실래요? 그러면 그렇게 해 주세요.”
  곁에 서 있던 동생과 나는 공연히 미안해서 한 마디 했다가 설거지 당번이 됐다. 그래도 동생은 가끔 설거지를 하는지 수북이 쌓인 그릇을 차근차근 잘도 씻었다. 그러면서 나름 비법을 말했다.
  “그릇은 안쪽만이 아니라 바깥쪽도 깨끗이 닦아야 해요. 그릇은 포개놓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바깥쪽이 깨끗하지 않으면 말짱 헛 일이예요.”
  그러면서 접시며 밥공기며 컵이며 바깥 면까지 정성껏 문질러 닦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어떤 일을 할 때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거나 혹은 보이는 것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곤란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일은 보이지 않는 곳까지, 그리고 멀리 보면서 꼼꼼하게 처리해야 시간도 절약하고 나중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좀 느린 것 같아도 꼼꼼하게 깊이 생각하며 주어진 일을 해나갈 때 나중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주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도 타인을 생각하는 하나의 배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