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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찬 글모음/목회와신학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나면 더욱 불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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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나면 더욱 불안해집니다

노용찬/크리스찬가정상담연구원장


사례

목사님! 저는 5살과 3살 어린 자녀를 둔 30대 초반의 어머니입니다. 아마도 저를 기억하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몇 년 전에 저는 목사님께서 인도하는 치유그룹에도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또 이렇게 도움이 필요해서 목사님을 찾았습니다. 

  요즘 저는 아기가 조금만 아파도 불안하여 견딜 수가 없습니다. 아기가 아파서 울거나 보채면 그저 힘들다는 생각만 나고 어떻게 해야 좋을 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기가 기침을 하면서 밤새도록 콜록댈 때면 내 마음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또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러한 고통이 클 때면 어떨 때는 차라리 아기가 없어졌으면 할 때도 있습니다. 애 엄마가 왜 이런 끔찍한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날마다 머리 속에는 우리 아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런 생각이 많습니다. 이런 불안한 마음은 아기에게만 아니라 남편이 하는 모든 일에도 일어납니다. 혹 남편이 하는 사업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혹은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언제나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치유그룹에 참여하고 나서 다시 교회에 나가고 있는데, 그러면서부터 이런 걱정과 염려가 더 심해졌습니다.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 왠지 더욱 마음이 불안해지고 마치 내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기가 아프면 내가 죄를 지어서 그런 것 같이 느껴집니다. 하나님께 무슨 벌을 받을 것만 같아 교회에 가기 싫을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목사님께서 설교 중에 어떤 장로님이 교회건축을 하는데 건축헌금을 내라는 목사님의 말씀을 거역하였다가 중풍으로 쓰러졌다는 예화를 인용하셨는데, 그 설교를 듣고 난 뒤로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저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저는 하나님 앞에 칭찬 받을 만큼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습니다. 기도도 더 해야 하고, 특히 요즘처럼 아기가 아프거나 남편이 어려울 때면 더욱 하나님께 기도를 해야 하는데 잘 하지 못하는 저의 모습이 하나님 앞에 큰 죄라고 생각됩니다. 아기가 아파서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기침을 하며 뒤척이는데, 그런 아기를 보고 있으면 내가 더욱 기도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닌가, 혹시 우리 애가 나의 무슨 죄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너무 괴롭습니다.

  목사님! 저는 정말 죽고 싶을 지경입니다. 목사님, 이런 마음이 죄라는 것을 알지만 정말 아기가 나의 죄 때문에 자꾸 아프다면 차라리 아기가 없어졌으면, 아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돌아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내가 아기를 어떻게 하지나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을 누구에게도 말 할 수도 없고 정말 힘이 듭니다.

  목사님! 하루 빨리 이런 불안한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려운 중에도 이렇게 저를 잊지 않고 상담을 신청하신 자매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아기가 그렇게 아프다니 어머니로서 얼마나 염려가 되겠습니까? 그런 자매님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자녀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것이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일 텐데 아기가 아프다면 당연히 걱정이 되겠지요. 나름대로 자녀의 건강을 위해 열심과 정성을 다했는데도 아플 때에는 내가 혹시 무슨 잘못한 것이 있을까 하여 더 염려가 될 때도 있을 것입니다. 자매님처럼 아기를 위해 어머니가 염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런 염려와 걱정이 지나쳐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거나 아기를 양육하는데 문제를 느낄 정도라면 이 문제를 조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불안하다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보통 불안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일어날 것 같지만 정확하게 그 대상이나 상황을 알 수 없을 때 막연하게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아기가 아플 때 왠지 불안한 것은 아기가 아프기 때문에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막연한 생각일 뿐입니다. 정말 일어난 일도 아니지요. 그런데도 그것이 왜 염려가 될까요?

  혹시 자매님은 어머니로서 아기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서 잘 대처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다시 말하면 나는 어머니의 역할을 잘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종종 사람들은 스스로 어떤 것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예상하고는 불안해하곤 합니다. 자신이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에 대처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어머니로서의 자의식의 문제이며, 더 근원적으로는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하는 자아존중감의 문제라고 생각이 됩니다.

  자매님은 평소에 자신은 무엇인가 부족한 사람이며, 남들보다 못하다는 느낌을 자주 느끼시는지요? 만일 그렇다면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자꾸 그런 느낌이 들것입니다. 그런 느낌이 들 때면 누구나 고통스럽습니다.

  그런데 나를 남들과 비교하는 것은 우리를 스스로 괴롭게 하는 세 가지 중 하나라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보통 우리의 마음을 괴롭히는 것을 세 가지로 설명하는데, 그 첫째는 꼭 그래야만 한다는 당위적 생각이고, 둘째는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는 비교의식이고, 셋째는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세워놓고 그것을 이루겠다고 하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사고는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내가 어떤 경험을 하면서 성장했는가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보는 것이지요. 이 경험들 속에서 자신이 무엇인가를 잘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나에 대한 느낌이 좋게 발전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면 나에 대한 느낌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종종 이런 자신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만회하기 위하여 무엇이든 완벽하게 하려고 시도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자신을 더욱 비판적으로 볼뿐이지요.

  여기서 이 생각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즉, 마음을 새롭게 하는 것이지요.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흠도 티도 없는 완벽한 내가 아니라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즉 객관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자매님의 경우도 너무 완벽한 어머니의 역할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어머니의 역할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불안에 대해서 두 번째로 생각해 볼 것은 자매님의 “아기가 없어졌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낫지나 않을까”라는 생각에 대해서입니다. 얼마나 아이가 아픈 것 때문에 마음이 괴롭고 고통스러웠으면 그런 생각을 했을까 이해가 갑니다. 더구나 아기 엄마로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이해가 됩니다. 그러면 왜 자매님의 머리 속에는 그런 원치 않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일까요? 혹시 자매님은 아기가 저렇게 아프다가 세상을 떠나면 어떻게 하나, 아기를 잃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염려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마도 자매님은 무의식적으로 아기 때문에 너무 괴롭고, 또 아기가 아파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차라리 아기가 없다면 내가 이런 괴로움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생각도 모두 어쩌면 아기를 너무 사랑하고 염려하기 때문에 떠오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너무나 사랑하는 대상을 잃을 것 같아 느끼는 불안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 불안감이 원하지 않는 생각으로 떠오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비현실적인 생각인 것은 자매님 스스로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 속으로 “그만!”이라고 외쳐보십시오. 비현실적인 생각을 정지시키는 훈련입니다. 그런 훈련을 계속 하다보면 점점 좋아질 것입니다.

  여기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자매님만이 아니라 이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불안을 경험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보편적인 불안의 영적인 뿌리는 창세기 3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죄를 범한 후에 사람은 하나님과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수치심과 죄책감과 두려움이라는 부정적 감정이 생겼습니다. 이 중에 두려움은 바로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뿌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떠나 살 수 없는 존재인 인간이 죄로 인하여 하나님과 멀어지게 되었으니 당연히 느끼는 불안일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불안을 어느 정도 느끼지만 또한 그것을 극복하면서 살아간다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는 사람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우리의 수치심과 죄책감과 두려움과 불안으로부터 해방되는 길을 열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수치심은 절대적인 용납과 수용을 경험할 때 치유되는데,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있는 그대로 아무 조건 없이 받아주셨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는 나의 잘하고 못함이 조건이 되지 않습니다. 남녀노소가 문제되지 않습니다. 학식도 문제되지 않습니다. 가난과 부유함도 문제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내 모습 그대로 받아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죄책감 또한 절대적인 용서를 경험할 때 치유되는데 예수 그리스도께서 화목제물이 되어주심으로 해서 우리의 모든 죄가 사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인데, 성경은 이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에 기약대로 그리스도께서 경건치 않은 자를 위하여 죽으셨도다 의인을 위하여 죽는 자가 쉽지 않고 선인을 위하여 용감히 죽는 자가 혹 있거니와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그러면 이제 우리가 그 피를 인하여 의롭다 하심을 얻었은즉 더욱 그로 말미암아 진노하심에서 구원을 얻을 것이니.”(롬5:6~9)

  자매님께서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나서 불안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는데, 아마도 그것은 어머니 역할을 잘 하고 있지 못하다는 죄책감, 나아가 아기가 아프면 더욱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신앙생활을 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죄책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런 죄책감 때문에 아기가 아픈 것이 바로 내 죄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더욱 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내가 무엇을 하지 않아서 벌주시는 분이 아니라 구원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행위가 아니라 믿음으로 말미암는 것이라고 성경은 가르쳐 주고 있지 않습니까?(엡2:8,9) 아마도 하나님께서는 자매님이 아픈 아기를 위해 애쓰고 있고, 또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먼저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우리의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겨 버리라 이는 저가 너희를 권고하심이니라.”(벧후5:7). 이 말씀을 쉽게 푼다면 하나님께서 너희를 잘 보살펴주시니까 염려하지 말고 다 주님께 맡기라는 의미입니다. 현재의 일이든 앞으로 일어날 미래의 일이든 하나님께서 잘 보살펴 주실 것이라는 믿음은 자매님에게 불안을 이기는 힘이 될 것입니다.

  또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너무 완벽한 사람이 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자신이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 그것을 감추거나 보상하기 위해 자꾸 완벽하게 모든 일을 처리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자신을 지치게만 할 뿐 효과적이 못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자매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어머니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에 평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어려움을 너무 혼자만의 가슴속에 묻어둘 것이 아니라 믿을 만한 분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기도하는 것도 좋은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매님께서 만일 정말 견디기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아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자매님께 사랑의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돌보시는 은총이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노용찬/서울신학대학교 및 대학원(M.A.)을 졸업하고 연세대연합신학대학원(Th.M.)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크리스찬가정상담연구원장이며 신촌교회교육목사 및 신촌가정상담소 지도목사로 있다.